집단주의 문화는 집단의 화목을 매우 중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집단의 원초적 단위는 가족이며, 가족 내의 화합은 만사의 근본으로 여겨집니다. 맹자는 가족 내의 화합은 자식의 부모 공경을 바탕으로 한다고 보았으며, 인간이 행해야 할 도인 인의의 체득이 바로 어버이를 친애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선의 핵심은 어버이를 모시는 것이고 의의 핵심은 형을 따르는 것이며, 지의 핵심은 이 두 가지를 깨달아 이를 버리지 않는 것이고, 예의 핵심은 이 두 가지를 조절하여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인간 행위의 당위적 규범인 인의예지의 핵심을 가족관계에서의 윗사람에 대한 공경심에 바탕을 둔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바탕을 넓혀서 천하의 관계로 확장시키는 것이 인의의 실행이라고 봅니다. 유교문화권에서 지향하는 성인의 모습도 인화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따라서 가족을 사회생활의 근간으로 여기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유교적 이데올로기로서 가족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가족 집단의 유지와 번성을 도모하면서 가족 구성원이 보이는 노력을 지칭합니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대는 가족(우리)과 남을 구분 짓는 경향성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가족집단의 특성
한국에서 부모, 자식의 관계는 끈끈하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서 이야기됩니다. 이러한 부모, 자식의 관계가 여느 관계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어귀에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 말을 인정하고 있지만 기존의 사회과학적 연구는 '피'의 관계를 '물'의 관계적 분석 틀로 접근하였습니다. 물론 부모가 행사하는 영향력이 물의 관계 원리와 무관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관계를 분석하는 고전적인 틀로써 제시된 사회적 교환 이론은 모든 관계를 교환의 원리가 지배하는 물의 관계로 접근하였습니다. 그러나 부부, 가족, 친구 간의 관계에서는 교환의 원리가 자주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잘 유지됩니다. 이러한 관계를 교환 관계와 구분하여 공동체 관계, 혹은 우리성의 관계라 합니다. 이 관계에서는 '비교 환적' 또는 '초교 환적' 원리가 적용된다고 봅니다.
우리성
한국 사람들은 대화 중에 '우리'라는 표현을 매우 자주 씁니다. 우리나라, 우리 학교, 우리 엄마, 우리 집, 우리 회사, 우리 아이, 우리 교수 등 나를 써도 될 곳에 나보다는 우리를 더 자연스럽게 허용합니다. 이 같은 사용 양태는 문화적으로도 매우 독특합니다. 서양에서 'We, Our'의 사용양태뿐만 아니라 같은 집단주의 문화권인 일본의 '와레와레, 와다시다치', 중국의 '워먼, 잔먼'의 사용양태와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한국인에게서 '우리'라는 어휘가 지니고 있는 사회심리적 특성을 분석한 연구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우리'와 연관된 다양한 사고 및 경험을 물어서 정리하였습니다. '우리'와 연상되는 응답 반응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감정적 연대감(55%)으로서 '정' '친밀감' '푸근함' '상호 수용'의 반응이었습니다. 둘째로 높은 응답 범주는 동질성, 유대성의 의식(16%)으로 하나 됨, 동류의식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밖에 공통성과 협동, 개인들의 집합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의 '우리'는 가족에서 나타나는 자타 융합의 심리적 연대감을 강하게 반영하는 확대된 가족 의식의 심리를 띠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편, 개인주의 문화권인 캐나다 대학생의 '우리'에 대한 반응을 보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개인들의 집합이며, 그다음으로 빈번한 반응이 취미 집단, 세 번째 반응이 밀착성, 친근감, 동류의식으로 나타나고 있어 한국과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한국의 우리는 개인들의 집합체라기보다는 우리가 형성되면서 개별자로서의 비중이 축소되고, 전체의 부분자인 쪽의 비중이 커지는 동질적 구성체란 점에서, 개인의 단순 집합체로서의 캐나다의 우리와 비견됩니다. 이런 탓에 한국인에게 '우리'는 성원들에게 우리로서의 어울림을 위한 노력, 다수의 의견에 따를 것, 개인의 자율성과 개성의 표현을 자발적으로 억제할 것을 요구합니다.
부모의 영향력 수용 심리
한국의 부모, 자녀는 서로 간에 미안함, 고마움, 측은감을 느끼는 감정 공동체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인고를 감내함으로써 자식을 감정동일체로 여기며 자식으로 하여금 부모에 대해 심정적으로 여리게 만들어서 부모에 따르도록 합니다. 이같이 부모와 자식 간의 자애와 효를 바탕으로 한 감정 의식 동일체적 친애 관계를 최상진(1994)은 부자유친성정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이 부자유친 성정, 특히 부모의 신뢰를 강하게 지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믿음도 긍정적이며 자기 존중감도 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성정은 부모, 자녀 의사소통의 원활성보다 더 자녀가 지닌 자기 개념의 긍정성, 자기 존중감을 잘 설명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배려심이 아동들에게 강한 동기를 촉발시키며, 아동들의 즉각적인 욕구 충족 행위를 지연시키고 바람직한 행위를 수행하도록 하는 중요한 동기로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정영숙(1996)은 초등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과제로서 왼손으로 또박또박 글자를 옮겨 쓰는 일을 시켰습니다. 그 일에 대한 보상을 받는 사람이 한 조건에서는 어머니이며 다른 조건에서는 자기가 된다고 알려주었고, 통제 조건으로 아무런 보상이 없는 조건을 설정하였습니다. 아동은 언제라도 과제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세 조건 간 과제 지속시간은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한 조건에서 가장 길게 나타났으며, 과제 수행도 더욱 열심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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