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회 나온 시 <연탄 한 장>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회는 여성성 차별에 관한 내용의 사건이 나왔습니다. 거기서 여성들의 인권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시 한 편을 읽었는데 옛날이 참 좋아했던 시였는데 오랜만에 듣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회

 

연탄 한 장

- 안도현 -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